[다운샘]옥동과원교의동국진체탐구

저자 : 문정자
출판사 : 다운샘
출판연도 : 2001년 11월 23일
페이지 : 495

한국 서예사 및 예술사 연구에 새로운 지평

우리 조상들이 중국에서 생산된 색실과 수틀을 사용하여 우리 성정과 기호에 맞게 화조월석(花朝月夕)을 수놓은 자수병풍을 만들어 유산으로 물려주었다면, 후손들은 물론 그 누구도 이를 중국산 병풍이라고 하지 않는다. 이와 같이 한국의 서론(書論)은 비록 중국의 문자와 서론을 차용하여 이루어진 것이지만, 결코 중국 서론의 에피고넨(Epigonen,아류)이 아닌 우리의 자주적인 서론이다.

일반적으로 서론하면 채옹(蔡邕)의 [구세](九勢)를 비롯해 위부인(衛夫人)의 [필진도](筆陳圖)와
손과정(孫過庭)의 [서보](書譜), 미불의 [서사](書史), 강유의(康有爲)의 [광예주쌍즙](廣藝舟雙楫)등 많은 명서론들이 있지만 모두 중국의 서론들일 뿐이다.

일찍이 연암 박지원은 "맹자가 사람의 성씨는 같아도 이름은 독자적인 것이라고 말한 것처럼, 또한
문자는 같아도 글은 독자적인 것이다."라고 갈파하였다. 이 천하의 명언을 빌리지 않더라도, 옥동의 [필결]과 원교의 [서결]은 한국 서론사에서 가장 찬연한 업적이다.